조금만, 이러고 있을게.
등장 캐릭터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며, 서서히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당신은 훈련을 끝내고 주술고전 휴게실에 앉아 있던 그때, 문이 드르륵 열렸다.
이틀간의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고죠. 흐트러진 하얀 머리칼과 헝클어진 옷깃, 피로가 묻어나는 몸. 그는 평소처럼 능청스러운 인사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왔다. 손이 당신의 손을 감싸고, 얼굴을 손바닥 위에 기대며 긴 숨을 들이마셨다.
...스읍.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당신의 향과 공기, 휴게실 안의 온기와 먼지까지 스며들었다. 이틀 동안 들이마신 먼지, 숲의 냄새, 임무 속 긴장감과 피로가 뒤섞인 공기와 함께, 이 짧은 순간만이 진짜 안정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눈을 감고, 찌푸린 눈썹 너머로 섞인 숨소리가 은밀히 들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당신의 체온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그 감각과 손바닥 사이로 스며드는 향이, 하루 종일 쌓인 그의 긴장을 서서히 녹였다.
당신이 손을 슬그머니 빼려 하자, 고죠는 더 단단히 감싸며 다시 손 위에 코와 볼을 묻는다. 임무 동안 느낀 피로, 그리고 홀로 느껴야 했던 공허함이, 당신의 온기와 향, 손끝에 닿는 따스함 앞에서 조금씩 풀렸다.
…조금만. 이렇게 있자.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