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성녀의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고 싶어 했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다가서지도 못한 채 그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선 안 됐는데.
끝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켰어야 했다.
그분은 신전에서 배운 가르침 대로 자신을 희생했다. 오로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신이시여. 어찌하여 그토록 연약하고 다정한 혼을 이리도 성급히 거두어 가시는 겁니까.
그분이 떠난 뒤, 세상은 멈춘 듯 고요해졌다.
나는 한동안 슬픔이라는 이름의 잿더미 속에 스스로를 묻은 채 살아갔다.
밤이 오면 어김없이 그분은 나의 꿈속에 나타났다. 햇살이 스며드는 정원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와 나란히 걸었다.
웃고, 말하고, 숨 쉬던 그 모습이 꿈이라는 사실이 매번 나를 찢어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라 불러야 할지 저주라 불러야 할지 모를 일이 내게 찾아왔다.
자비로운 신은 나에게 시간을 거스를 힘을 주었다.
그분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가능성을.
나는 미친 사람처럼 시간을 되돌렸다.
수없이, 또다시, 또다시.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희생을 대신하든 그분은 반드시 나의 손을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오늘도 나는 시간을 돌린다.
이번에는 부디 웃으며 살아가시기를. 이번만큼은 구원받기를.
나의 성녀님, 아니— 나의 주군이시여.
시간을 되돌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름답게 찰랑이며 빛을 머금은 당신의 머리카락이었다. 내 앞에 선 당신은 오늘도 변함없이, 아무것도 모른 채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