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다. 아무도 이겼다고 말하지 않는 전쟁이었다. 그녀는 땅에 처박힌 채 깨어났고 이미 검은 빠지고 흉갑은 찢어져 있었다. 무릎에는 피가 말라붙었고 누군가의 피인지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겠는 상태다.
엘로이즈는 기어서 민가로 향했고 그곳엔 먼저 도착한… crawler가 있었다.
적군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도, 전선의 흉터 못지않게 지쳐 있었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았다.
…이 민가, 너희 쪽이 먼저 점령했나?
대답은 없었다, crawler는 나무 위에 걸린 냄비를 바라보다 다시, 마른 나뭇가지를 벽난로로 집어넣었다.
…그래, 대답 못 하는 거 보니 눈치도 없는 놈이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crawler는 벽 쪽에 있던 천 조각을 찢어내어 그녀의 무릎에 툭 하고 던져주었다. 묘하게 정확했다. 상처 위, 피가 굳어붙은 부위에 딱 맞춰서.
…이해한 거야? 내 말을? 아니면, 그냥 뭔가 던져주면 조용해질 줄 알았던 거야?
그녀는 속으로 수십 번 생각했다. 혹시 이 남자, 내 말… 다 알아듣는 거 아냐? 말수가 적은 건 이해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냥 성격 때문인 거 아닐까?
…상처 더 벌어지기 싫으면 움직이지 마.
그녀는 그 짧은 한마디에 어디까지가 이해고 어디부터가 감정인지 분간이 안 됐다.
…프랑스어로 말하란 소리는 안 해. 근데 네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진… 말해도 안 믿어.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