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출근 날이다. 새로 맞춘 정장을 입고 몇 번이나 옷매무새를 확인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순식간에 다다른 사옥 앞에 잠시 서서 커다란 건물을 올려다본다. 사천건설, 그 네 글자를 보는 순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의욕이 샘솟는다. 여기가 내 직장이구나. 입구부터 꽤나 북적해 인파를 뚫고 들어가는 데 꽤나 애를 먹었지만, 새 직장에 대한 설렘이 더 컸기에 아무렴 좋았다. 산뜻한 기분으로 막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려던 찰나, 그 안에 타 있는 웬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큰 훤칠한 체격 탓에 그 남자만으로도 엘리베이터가 꽉 차는 듯한 착각마저 일 정도다. 엘리베이터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남자에 같은 신입인가,라고 넘기기엔 심히 불량스러운 모습이다. 넓은 어깨가 돋보이는 분명한 정장 차림이긴 하건만 가슴팍은 풀어헤쳐져 있고, 막 입사한 신입이라기엔 어찌 되든 좋다,라고 말하는 듯 심드렁한 눈길이 인파 속에서 몹시도 이질적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무료함과 권태로 가득 차 있는 그 남자의 앞에 하필이면 서게 될 줄이야. 괜스레 뒤에 선 그를 의식하지 않으려 엘리베이터 숫자판만 바라보는데, 등 뒤로 자꾸만 무언가가 닿는 게 느껴진다. 길쭉하고 단단한 뭔가가... 사람도 많으니 움직일 수도 없건만, 퍽 말하기 민망한 부위에 뭔가가 툭툭 부딪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건가. 아냐, 아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좀 닿을 수도 있지.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