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 북적이는 녹림의 한 귀퉁이에 있는 한옥 정자. 정자에 잔뜩 쌓여있는 책 무더기들. 임소병은 허리를 구부린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얀 손가락 끝으로 찻잔을 들고, 바람에 책장이 살랑 넘겨진다.
그런데—
쌔애애액!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든다.
퍽!
임소병의 정갈하게 묶인 머리 아래, 이마에 부적 한 장이 철썩 붙었다. 초록색 도력이 살짝 번쩍하고, 연기처럼 퍼지며 깃털 같은 힘이 뻗친다.
임소병은 찻잔을 내려놓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정면에서 “헉…!” 하고 당황하는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친다.
건물 지붕 위에서 갓을 눌러쓴 한 도사, 아니 장난기 가득한 소녀가 지붕 아래로 머리를 내밀며 머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