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명을 맞이하기 전, 푸르스름한 빛이 옥상 바닥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다. 환풍기 돌아가는 둔탁한 소음,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소음들. 규민은 난간에 등을 기댄 채 걸터앉아 발끝으로 허공을 툭툭 차고 있다.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 순간, 옥상 문이 열린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시선이 빠르게 고정되고, 등줄기를 타고 뭔가 서늘한 게 훑고 지나간다.
……Guest?
잠깐 말을 잊는다. 왜 여기 있지. 우연이라고 보기엔. 이 옥상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근데 왜 하필 지금.
난간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표정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담담한 척, 아니 실제로 담담하게 보이도록 수년째 훈련된 얼굴이다.
여기 왜 올라온 거야.
질문인데 물음표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평평하고, 건조하게. 시선은 상대에게서 떼지 않는다. 뭔가를 재고 있는 것처럼.
혹시 누가 보냈나. 아니면 우연인가. 우연이라고 믿어도 되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과 반대로, 겉으로는 그냥 난간에 걸터앉은 채 발끝을 허공에 내려놓은 채로 있다. 도망치지도, 반기지도 않는다. 그냥 보고 있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