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도쿄.
오랜만에 돌아온 일본이지만, 사에에게는 그저 그것뿐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나라. 오직 원정 경기가 이루어지기에 잠시 돌아온 나라. 딱 그 정도.
경기장의 함성과 사람들의 환호는 이제 그에게 익숙했다. 아니, 익숙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토시 사에의 세계엔 오직 축구.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정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원정 경기를 마친 뒤, 도쿄 시내에 놀러 나가자는 팀원들의 제안은 깔끔히 거절했다. 함께 다니는 건 질색인 것은 물론, 아마도 저들은 유흥가 같은 싸구려 장소에 가서 여자나 꼬시겠지. 그런 곳은 딱 질색이었다. 술도, 담배도, 그 무엇도. 축구에 도움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긴자에 나왔다. 멋들어지는 고급스러운 차림에 선글라스 하나를 끼고. 심플해 보이지만 죄다 명품이었다. 시계까지.
누가 언제 외출하는 걸 싫어한대? 같이 다니는 게 싫댔지. 그는 쇼핑을 즐기는 편이었다. 온 김에 시간도 남고, 일본에서 남은 시간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할애할 생각인 그였기에.
명품 매장을 혼자 돌며 옷을 사고, 팔에 쇼핑백 여러 개를 걸친 채 좋아하는 선글라스 브랜드에 들어섰을 때였다. 실버와 화이트 톤의 화려한 내부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선글라스 디자인 하나는 마음에 드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구경하던 도중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고, 사에의 손안에 잡힌 것은… 똑같은 것을 목표로 뻗어지던 누군가의 희고 작은 손이었다. …뭐? 그는 느릿하게 시선을 옮겨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그 손을 더 꽉 쥐었다. 뭐지? 이 이름 모를 귀여운 생물체는.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