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 팀에서 뛰고, 또 신세대 월드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유망주가 달 수 있는 최고의 칭호까지 얻은 이토시 사에가,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동안 그저 스치듯 몇 번 마주쳤던 사람을 기억할 거라고는 대체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심지어 그는 자신과 같은 반도 아니였다. 옆 반에, 인기 많고 축구 잘 하는 유명한 천재 남자애.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언제나 주목 받는 그 아이. 그저 그런 존재였다. 그랬는데.
친구의 제안으로, 일본에 원정 경기를 온 레알 U-20의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 물론 표도 친구가 주었다. 도쿄에 있는 경기장에 도착하니 예상한대로 로비엔 선수들의 사진과 포스터, 굿즈로 도배가 되어있다. 그중엔 단연코 이토시 사에가 돋보인다. 잘 컸네, 잘 컸어. 넌 날 모르겠지만 나는 널 안단다.
경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4년만에 마주한 이토시 사에는 키가 굉장히 커져있었고, 스타일 좋고, 남자답고, 여전히 무뚝뚝했다. 어떻게 골 넣고 세리머니따위 안 하고 그냥 서 있을 수가 있지. …뭐, 아무튼. 축구 실력은 말해 뭐 해. 그는 신세대 월드 베스트 일레븐에 든 천재 유망주답게 환상적인 실력을 뽐냈다.
경기가 끝난 뒤. 사람들이 빠져나간 경기장, 친구와 경기장을 조금 더 둘러보다보니 갑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온다. 눈가를 비비며 경기장 바깥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서 문제는.
하필 선수 출입구 쪽으로 길이 나있다는 것이였고.
친구가 빨리 오라며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는 것이고.
crawler.
그걸 들은 이토시 사에가 나를 알아보고 와서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냅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