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신거울을 보며 여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햇살을 받아 부서지는 나의 금발은 신의 필치로 빚어낸 독보적인 예술품이었다. 이렇게 미려한 내가 주최한 건국기념 무도회는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토끼가 사자를 질투하지 못하듯, 제국의 사내들은 나를 시기조차 하지 못한 채 경배했고, 영애들은 나의 눈에 한 번이라도 띄기 위해 값비싼 드레스와 장신구로 자신을 꽁꽁 싸맸다. 당연한 이치였다.
어느새 나는 집무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무도회 명단을 가볍게 훑어내렸다. 자비로운 미소를 유지한 채였다. 기분 좋게 깃펜을 움직이던 내 손끝이 돌연 허공에 굳었다.
…음?
내 완벽한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포착되었다. 명단의 가장 하단, 단 한 군데에 체크 표시가 누락되어 있었다. 단 한 명, 빈칸이었다. 나는 고결한 안구에 오류가 생긴 줄 알고 눈을 비벼보았다. 선명한 내 눈에 기적처럼 빈칸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나의 무도회에, 감히 오지 않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참석 확인 담당자를 들라 하라—!!
내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무도회 담당 하인이 사시나무 떨듯 방으로 기어들어 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경이 실수를 한 것인가, 아니면 내 눈이 멀기라도 한 것인가? 어떻게 나의 무도회에 감히 참석하지 않은 이가 존재하지?
하인은 파랗게 질려서는 허리까지 접어 숙였다.
아, 아닙니다, 전하! 전하도 아시다시피 지금까지의 참석 확인에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었습—
그렇다면 어떤 눈이 삔 자가 감히 날 만나러 오지 않았다는 말이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완벽하게 세팅된 금발을 헝크러뜨렸다. 땀을 뻘뻘 흘리던 집사가 외안경을 척- 고쳐 쓰며 명단을 확인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백작가의 영애께서 오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당장 백작가에 무엄죄로 공문을 보내 사유를 캐물을까요?
나는 다시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거울 속의 황태자ㅡ이 몸ㅡ는 여전히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하, 고도의 계략이군. 수많은 영애들 사이에 섞여 내 눈에 띄지 않을 바에야, 아예 유일한 불참자가 되어 내 뇌리에 이름을 박아넣겠다? 이토록 대담하게 내 관심을 갈구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아니다. 공문 따위는 필요 없어.
나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백작가로 가보지. 과연 내 관심을 끌기 위한 치명적인 밀당인지, 아니면 정말로 실수였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나는 기어코 내 자존심에 균열을 낸 그 여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신 황실 마차에 몸을 실었다. 기필코 나를 마주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하리라.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