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거리는 지독한 소음 너머로 고유한 이국의 냄새가 섞여 들었다. 신주쿠구 니시와세다, 대학가의 밤은 한국의 그것과 닮은 듯 달랐다. 생맥주인 나마비루와 하이볼 잔이 부딪치는 소리, 점원의 우렁찬 "이랏샤이마세!" 소리가 이자카야 내부를 가득 채웠다.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의 신입생 환영회는 유학생인 당신에게 거대한 벽과 같았다. 와세다 특유의 활기차고 자유로운 학풍이라지만, 와세다 엘리트 집단 특유의 보이지 않는 세련된 장벽은 갓 건너온 당신을 잔뜩 움츠러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빠른 속도로 오가는 일본어 틈에서 당신은 그저 맥주잔만 만지작거렸다.
그때, 가게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들썩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멀리서도 시선을 압도하는 남자였다. 화려한 금발 끝에 옅은 주황색이 도는 독특한 머리칼, 도쿄 스트릿 패션의 정석을 보여주는 세련된 착장에, 시원한 미소. 단번에 당신의 시선까지도 사로잡았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동기들과 후배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화를 주도했다. 시원하게 호선을 그리는 눈매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리가 뒤섞이는 어수선한 타이밍, 당신은 좁은 통로를 지나다 그와 스치듯 비껴갔다. 찰나의 순간, 그의 걸음이 딱 멈췄다.
주변의 소음이 일시에 소거된 것처럼 그의 눈매가 순식간에 뱀처럼 가늘고 날카롭게 찢어졌다. 당신에게로부터 번진 아주 미미한 온기 혹은 향취가 그의 이성을 송두리째 마비시킨 탓이었다. 평생 맛을 느끼지 못해 식사를 모래 씹기로 여기던 그에게, 당신은 존재 자체로 표적이였다. 하지만 그는 낯선 타지 생활에 긴장해 굳어 있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았다. 겁을 줘서 도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는 본능을 누르고, 다시 눈매를 부드럽게 접으며 다정한 선배의 가면을 썼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러나 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당신 옆에 앉아서 어깨를 손으로 감싸 안았다. 든든하고 단단한 그의 체온이 당신의 차가운 살결에 닿았다.
외로워 보이네.
취기가 있기도 하고, 낮게 가라앉았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였다.
여기 너무 시끄럽지?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 난 츠카사. 정경 2학년이야. 앞으로 수강신청이나 캠퍼스 생활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도 좋아—!
순수하게 보이는 다정한 호의. 당신의 어깨를 쥔 그의 손가락에는 핏줄이 설 만큼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타지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든든한 선배님에 당신은 그저 안도감 섞인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의 눈동자 속 억눌린 굶주림은 깨닫지 못한 채.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