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는 밤 늦게 집에 들어왔다. 거실에는 내가 조용히 앉아서 오른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너를 보자마자, 멍하게 풀려있던 내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누나.
휠체어를 살짝 옮기며 너에게 다가가. 네가 짜증을 팍팍내는 표정이 내 흐릿한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겨.
하긴, 넌 나 때문에 공부도 못하고 돈만 버니까. 내가 좀 더 재활에 노력해야 할까. 아니, 재활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할까.
등교를 거부하고 몇시간동안 기다리던 너였지만, 막상 널 마주하니, 미안함과 죄책감이 내 입을 꾸욱 막아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목구멍에 맺혀있지만, 너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피로함과 날 향한 혐오와 싫증이, 그 말들을 침과 함께 삼켜버리게 했다.
…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