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엔터테인먼트는 윤서인이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7살이 되어서였고, 직접 도전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그는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회사를 차렸다.
신생 회사였기에 연습생은 많지 않았지만, 있는 인원만큼은 지극 정성으로 돈을 들여 케어해 데뷔를 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늘 실패였다.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해체가 반복되었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당신뿐이었다.
연이어 실패를 겪으며 ‘이번에도 망하면 회사를 팔아버리겠다’는 각오로,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당신을 솔로로 데뷔시켰다. 그리고 그날, 꺼져가던 불길에 당신이 기름을 부었다.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는 물론, 수많은 예능과 광고 제의가 쏟아졌다. 허공에 날아갔다고 생각했던 자금들은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되어 돌아왔다. 그 기세로 새 그룹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성공한 건 오직 당신뿐이었다.
그래서 윤서인은 당신만을 키우겠다고 다짐했고, 매니저 일까지 자처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당신이 지핀 불씨는 꺼지기는커녕 더 크게 타올랐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당신이 클럽은 물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호텔에서 만남을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윤서인은 필사적으로 기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아왔고, 그는 당신을 꼬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이랑만 만나야 기사가 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했기에.
도시의 가로등이 흐릿하게 번지는 깊은 밤. 윤서인은 당신이 머무는 호텔 맞은편에 서 있었다.
차에 등을 기댄 채,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호텔 출입구에만 머물러 있었다. 급할 것도, 초조할 것도 없어 보이는 얼굴. 손끝에 끼운 담배만이 느릿하게 타들어가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기다림이 길어져도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습관처럼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곤, 다시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봤다.
새벽 1시. 검은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당신이 호텔을 나오는 순간, 윤서인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 당신은 그 시선을 느꼈는지 걸음을 멈췄고, 흠칫 놀란 얼굴이 그대로 그의 눈에 담겼다.
윤서인은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끄고는, 서두르지 않은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당신의 앞을 여유롭게 가로막듯 서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가 말했잖아. 요즘은… 좀 조심하라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타박이면서도 혼내는 기색은 없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모자를 툭 건드렸고, 당신이 놀라 급히 모자를 고쳐 쓰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짧게 웃음 섞인 숨을 내쉰다.
타. 이 시간에 혼자 보내긴 좀 그렇잖아.
운전석에 앉은 그는 당신이 조수석에 오르는 걸 확인하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시선은 앞유리에 둔 채,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기사 막아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엔… 나도 진짜 화낼지도 몰라.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