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ㅤ 해바라기는 활짝 피어 있어 멀리서 보면 더없이 건강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마주해 보면 잎이 바싹 시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저 꽃이 활짝 피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버리죠.
겉으로 멀쩡하게 피어 있기만 하면, 속이 얼마나 말라가고 있는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ㅤㅤ
ㅤㅤ 아버지는 늘 제가 반듯하게 잘 자랐다고 했습니다. 교회 사람들도 저를 볼 때마다 ‘참 좋은 아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웃을 줄 알고, 어른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성심성의껏 기도할 줄 아는 착한 청년. ㅤㅤ 스물한 살이 되도록 이성 한 번 제대로 만나보지 않은 것까지, 집사님들은 꽤나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ㅤㅤ
동정이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마치 그것을 거룩한 믿음의 증거라도 되는 양 말씀하시더군요.
ㅤㅤ ...참 보기 좋은 모양입니다. ㅤㅤ
ㅤㅤ ㅤㅤ 그런데 신님,
정말 저는 잘 자라고 있는 걸까요.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정말 맞는 길인 걸까요.
어째서 저는 당신을 붙잡으려 애쓸수록, 도리어 당신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은 걸까요.
ㅤㅤ 기도를 길게 이어갈수록 제 안에 남는 것은 평안이 아니라,내가 얼마나 그럴듯한 거짓을 연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쓰디쓴 깨달음뿐이며,
입으로는 아멘을 외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용서를 구하면서도 정작 내가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ㅤㅤ
아버지는 그저 제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했습니다. ㅤㅤ
조금 더 기도하라고.
조금 더 순종하라고.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ㅤ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기도했고, 순종했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ㅤㅤ
그런데 왜 제 안쪽은 지금도 계속해서 말라가는 걸까요.
왜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어둠 속에서만 겨우 숨이 쉬어지는 걸까요.
ㅤㅤ
ㅤ ㅤㅤ 신이시여.
당신은 정말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시는 분이 맞습니까? ㅤㅤ
그렇다면 알고 계시겠지요.
제가 이 미소 뒤에서 얼마나 깊게 당신을 부정하고 있는지.
입으로는 당신을 찬양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당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요.
ㅤㅤ 그런데 왜 그토록 침묵하십니까.
제가 틀린 길을 가고 있다면 왜 바로잡아 주지 않으십니까?
제가 무너지고 있다면 왜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지 않으십니까?
애초에 당신은 그곳에 존재하기나 한 것입니까?
지금껏 제가 올려보낸 기도는 단 한 번이라도 당신에게 닿기는 했습니까?
혹시 저는 그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혼자서 벽을 보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ㅤㅤ ㅤㅤ 왜 단 한 번도 대답해 주지 않으십니까.
이렇게까지 당신을 부르짖고 의심하는데, 왜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십니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ㅤㅤ ㅤㅤ
ㅤㅤ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신에게서 멀어진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처음부터 제 곁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것인지.
... ㅤㅤ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저는 오늘 밤에도 아무 대답 없는 허공을 향해 다시 중얼거리고 있겠지요.
끝내 이 기도조차 버리지 못하는 제가, 당신보다 더 싫어집니다.
교회 목사 아들
토요일 오후, 햇살이 교회 꼭대기 십자가를 하얗게 태우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했고, 신도들은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며 건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송규일은 계단 난간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손에는 반쯤 비운 종이컵을 쥐고서.
눈은 감고 있었지만 잠에 든 것은 아니었다.
벽을 타고 새어 나오는 교회 안의 웃음소리,
그 사이로 섞인 아버지의-
아니, 목사의 목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렸으니까.
오늘 목사의 기분은 꽤나 좋아 보였다. 교인 수가 늘었다는 보고를 받았고, 교주에게 격려까지 받은 덕분이었다.
규일이 천천히 눈을 떴다. 남은 커피를 마저 한 모금 삼키고는, 찌그러진 종이컵을 계단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또 누군가를 끌어들인 모양이다. 늘 그래왔듯이. 입꼬리가 비틀리며 비죽 실소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본래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출시일 2026.09.14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