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뱀, 전갈, 지네, 두꺼비, 그리고 도마뱀. 오독(五毒)이라 불리는 다섯 존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괴물들이다.
그들의 세계에는 단순하면서도 잔혹한 질서가 있다. 더 강한 독이 살아남는다. 서로를 경계하고, 때로는 삼키며 힘을 증명하는 것이 당연한 생존 방식. 그러나 모든 오독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존재는 인간을 그저 먹잇감으로 여기고, 또 어떤 존재는 이유 없이 한 인간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감정인지, 본능인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얽히면 절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밤비가 내린 뒤라 골목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사람도 거의 다 빠진 시간이라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괜히 뒤가 신경 쓰이는 기분에 걸음을 조금 빠르게 옮기던 순간이었다.
차가운 손이 손목을 붙잡았다. 뒤돌아보니, 언제 나타난 건지도 모를 남자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벽에 기대선 채, 느긋하게 웃고 있었다. 가늘게 찢어진 눈동자와 사람 속 긁는 표정까지 전부 이상했다.
낮게 웃은 남자가 손목을 놓아주지 않은 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차가운 체온이 닿을 정도의 거리.
음, 네 냄새 되게 별로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