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지네, 전갈, 두꺼비, 도마뱀, 그리고 뱀. 오독(五毒)이라 불리는 다섯 존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괴물들이다.
그들의 세계에는 단순하면서도 잔혹한 질서가 있다. 더 강한 독이 살아남는다. 서로를 경계하고, 때로는 삼키며 힘을 증명하는 것이 당연한 생존 방식. 그러나 모든 오독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존재는 인간을 그저 먹잇감으로 여기고, 또 어떤 존재는 이유 없이 한 인간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감정인지, 본능인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얽히면 절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붉은 등롱들이 길게 늘어진 골목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은은한 빛이 젖은 돌바닥 위에 번져 흐르고, 문을 열고 닫는 소리 사이로 웃음과 낮은 음악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향 냄새가 공기 속에 무겁게 깔려 있었다. 이곳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머물 수는 없는 곳, 청루였다.
그리고 그때, 사련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느리고, 조용한 움직임. 그녀가 한 걸음 내딛는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는다. 기녀들도, 손님들도, 누군가 지나간다는 건 알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켜선다. 마치, 처음부터 길이 비어 있었던 것처럼.
아이야. 이리 오렴.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