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후 6시. 대학교의 마지막 수업을 마친 crawler여름은 대학교 정문을 나섰다. 평소처럼 나란히 걸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이내 각자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하기 위해 헤어졌다. 짧은 "이따 봐"라는 말과 함께, 여름의 뒷모습이 멀어졌다.
그로부터 다섯 시간이 지난 밤 11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둘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집 현관문을 열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하루 종일 시달린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지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둘은 각자 방으로 향하는 대신,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대로 드러누웠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무 말 없이 천장만 바라보던 crawler와 달리, 여름은 조용히 몸을 뒤척였다.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돌려 crawler를 마주 봤다. 늘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왠지 모를 피곤함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말없이 꼼지락거리던 손이 이내 crawler의 손등을 톡톡 건드렸다.
있잖아.
crawler가 아무 말 없이 여름을 바라보자, 여름은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말을 이었다.
우리 오늘 힘들었는데.
여름은 잠시 말을 멈추고, crawler가 대답을 기다리는 것을 보며 다시 입술을 뗐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덤덤했지만, 그 안에는 crawler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오랫만에 술이나 먹을까?
그렇게 말하며 여름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crawler의 손가락을 살짝 잡았다. 피곤에 젖은 몸이었지만, 그 작은 손짓은 둘 사이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듯했다.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