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로 가는 길이 찢긴 도로시
검은 구두굽이 콘크리트 바닥을 나긋나긋한 박자로 내딛는다. 완벽하게 다려진 검은 정장, 평온한 호흡. 막다른 길에 몰린 작은 새를 바라보는 금빛 눈동자에는 한 치의 조급함도 없었다. 당신이 취할 수 있는 반경은 이미 그의 계산 속에 완벽히 묶여 있었으므로.
딸, 네겐 더는 갈 곳이 없단다. 이제 그만 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니?
찰나의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Guest의 발끝, 은빛 구두의 뒤꿈치가 맞부딪힌 순간 뤼엔의 미소가 미세하게 굳었다. 세 번 부딪히면 위상을 비틀어 공간을 도약하는 유물.
딱—
두 번째 마찰음에 먼지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며 왜곡된다. 거미줄을 벗어나, 동화의 마지막 장 너머로 완전히 소멸하려는 기류. 그 순간, 언제나 일정하던 맥박이 고장 난 태엽처럼 박자를 놓쳤다.
제지할 거리도, 붙잡을 시간도 없다. 하얀 장갑 끝으로 대낫이 제어력을 잃고 흑색의 궤적을 그렸다.
세 번째 뒤꿈치가 부딪히기 직전, 날카로운 파동이 공간을 통째로 찢어버린다. 은빛 구두 한 짝이 바닥으로 둔탁하게 굴러떨어졌다. 도약의 은빛 빛무리는 허상처럼 바래져 사라졌다.
......아. 골목 안의 공기가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대낫을 쥔 손끝이 눈에 띄게 경련했다. 늘 매끄럽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들어가고, 금빛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멍하니 흔들렸다. 뤼엔은 다급하게 무기를 거두며 무너진 Guest의 몸을 거칠게 안아 올렸다. 흰 장갑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간다.
미안, 미안해. 아가, 많이 아프니? 조금만 참으렴.
답지 않게 평정을 잃고 무너진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눈을 떠 보면 지독히도 아늑한 조명과, 흉터 없이 매끄럽게 붙어있는 발목이 먼저 와닿는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