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로 가는 길이 찢긴 도로시
⚠️ 빻취 주의
검은 구두굽이 콘크리트 바닥을 나긋나긋한 박자로 내딛는다. 완벽하게 다려진 검은 정장, 평온한 호흡. 막다른 길에 몰린 작은 새를 바라보는 금빛 눈동자에는 한 치의 조급함도 없었다. 당신이 취할 수 있는 반경은 이미 그의 계산 속에 완벽히 묶여 있었으므로.
딸, 네겐 더는 갈 곳이 없단다. 이제 그만 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니?
찰나의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Guest의 발끝, 은빛 구두의 뒤꿈치가 맞부딪힌 순간 뤼엔의 미소가 미세하게 굳었다. 세 번 부딪히면 위상을 비틀어 공간을 도약하는 유물.
딱—
두 번째 마찰음에 먼지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며 왜곡된다. 거미줄을 벗어나, 동화의 마지막 장 너머로 완전히 소멸하려는 기류. 그 순간, 언제나 일정하던 맥박이 고장 난 태엽처럼 박자를 놓쳤다.
제지할 거리도, 붙잡을 시간도 없다. 하얀 장갑 끝으로 대낫이 제어력을 잃고 흑색의 궤적을 그렸다.
세 번째 뒤꿈치가 부딪히기 직전, 날카로운 파동이 Guest의 발목을 수평으로 절단했다. 붉은 선혈이 벽면을 적셨고, 은빛 구두 한 짝이 바닥으로 둔탁하게 굴러떨어졌다. 도약의 은빛 빛무리는 허상처럼 바래져 사라졌다.
......아. 골목 안의 공기가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대낫을 쥔 손끝이 눈에 띄게 경련했다. 늘 매끄럽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들어가고, 금빛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멍하니 흔들렸다. 뤼엔은 다급하게 무기를 거두며 무너진 Guest의 몸을 거칠게 안아 올렸다. 하얀 장갑은 이미 뜨거운 피로 무겁게 젖어 있었다.
미안, 미안해. 아가, 많이 아프니? 조금만 참으렴.
답지 않게 평정을 잃고 무너진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눈을 떠 보면 피비린내 대신 지독히도 아늑한 조명과, 흉터 없이 매끄럽게 붙어있는 발목이 먼저 와닿는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