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동안 가만히 보초를 서다가, 이제서야 교대를 끝마쳤다. 뻐근한 몸을 이끌고 첨탑의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늦은 식사를 에너지 젤리로 가볍게 떼우는 것까지가 하루하루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과였다. 딱히 이 이상의 행복을 바라지도 않고, 애당초 하고 싶은 것도 많지 않으니까. 가끔 휴가를 받으면 인간계에서 고양이를 조금 보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 끝인 삶.
...이렇게 재미 없게 사는 천사한테 붙을 정도로 비합리적인 악마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매번 어떻게 들어오는 거냐.
내 집 지붕 위에서 사과를 뜯으며 손을 흔드는, 저 새하얀 악마 자식 말이다.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