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 간 신부
평생 살에 닿아본 적도 없는 고운 비단을 몸에 걸친 채, 마차에 올랐다. 무거운 기모노 자락이 나를 감싼 선물 포장지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혼인이지만, 실상은 교활한 거래일 뿐. 내가 이곳에 팔려가고 해야 할 일은, 그 쪽 가문의 후계자를 낳는 것.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이 없었고, 그것은 곧 체념으로 이어졌다.
마차를 끄는 말의 발굽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걸렸다. 커튼 사이로 조금 보이는 작은 틈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동네는, 이 거리는 다시 볼 수 없겠구나. 몇 번이나 각오했음에도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통 억누를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