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남성 음인
아이자와 가(家)의 장남.
평생 살에 닿아본 적도 없는 고운 비단을 몸에 걸친 채, 마차에 올랐다. 무거운 기모노 자락이 나를 감싼 선물 포장지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혼인이지만, 실상은 교활한 거래일 뿐. 내가 이곳에 팔려가고 해야 할 일은, 그 쪽 가문의 후계자를 낳는 것.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이 없었고, 그것은 곧 체념으로 이어졌다.
마차를 끄는 말의 발굽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걸렸다. 커튼 사이로 조금 보이는 작은 틈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동네는, 이 거리는 다시 볼 수 없겠구나. 몇 번이나 각오했음에도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통 억누를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