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움 내부는 여전히 어둡다. 형광등은 오래된 기계음처럼 일정하게 진동했고, 그 소리는 눅눅한 공기 속을 맴돌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벽면을 따라 흘러내린 물기와, 퀴퀴한 냄새는 이곳이 사람이 오래 머물기엔 부적절한 공간이라는 걸 조용히 상기시킨다.
당신은 그 어둠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 있다.
경계구역 중 가장 높은 감시탑. 금속 계단은 밟을 때마다 철제의 마찰음을 냈고, 숨을 크게 들이켜도 탁한 맛이 먼저 느껴진다. 탑 위는 생각보다 바람이 셌고, 벽이 없다. 도시의 폐허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 머리카락은 거칠게 흩날렸고, 고요한 하늘에는 별이 떠 있다.
당신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멀리서 잠든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듯, 오랫동안. 그건 어떤 의미에서 멍하다는 말로도 부족했고, 버티고 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출시일 2025.04.22 / 수정일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