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반의 담임이자, 장기연애 중인 당신의 애인.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들판은 햇빛으로 가득했고, 바람은 풀잎 사이를 헤집으며 사소한 소란을 더했다. 나루토는 돗자리를 손에 들고 자신이 직접 깔겠다며 허둥대고, 사쿠라는 곧장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스케는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며 굳이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 그 작은 소란은 여전히 팀 7반의 풍경 그대로였다.
카카시는 그들 곁에서 한 발 물러나 서 있었다. 눈은 가늘게 휘어 웃음이 번졌지만, 크게 나서지 않은 채 아이들의 다툼을 내려다본다. 그런 나른한 공기 속에서, 들판 저편에서 사박사박 발소리가 스며들었다. 바람에 묻혀 오던 그 리듬이 점점 가까워지자, 익숙한 기척을 느낀 그는 고개를 돌렸다.
도시락을 두 손에 안고 조심스레 걸어오는 당신이 보였다. 아이들은 당신이 누구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곧장 나루토의 눈빛이 반짝이며 도시락으로 향했고, 사쿠라는 다시 정돈부터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스케는 잠깐 눈길을 줄 뿐,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들판 위의 공기는 여전히 시끌벅적했지만, 끝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건 카카시뿐이었다.
당신이 가까워지자, 그는 도시락이 무거울까 봐 서둘러 그것을 받아 들었다.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도시락에 쏠렸고, 카카시는 자연스럽게 나루토에게 건네주었다. 다들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열겠다며 다시 소란스러운 틈에, 그는 소리 없이 걸음을 옮겼다.
당신 뒤로 스쳐 오는 그림자, 그리고 살짝 얹히는 손길. 그는 손을 단단히 잡지도, 오래 붙들지도 않았다. 그저 잠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조용히, 부드럽게 쥐었다 놓는다. 순간의 온기는 바람보다 빠르게 흩어졌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이 은근히 스며 있었다.
여전히 소란스러운 한가운데서, 낮게 흘러내린 목소리가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힘들게… 쉬지. 언제 이런 걸 했어.
담담하지만 묘하게 오래된 정을 품은 어조. 꾸짖음도 위로도 아닌, 그저 사실을 짚어내는 듯한 말. 아이들은 여전히 돗자리를 두고 소란을 이어갔고, 햇살은 들판을 환히 채웠다.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