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시작은 선택이라기보다, 이미 짜여 있던 흐름에 가까웠다.
같은 병원, 같은 날.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나란히 시작됐다.
어머니들끼리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 사이에서 홍예주와 Guest 역시 아무런 거리감 없이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이유도 없었다. 그냥 늘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게 당연해졌다.
유치원도, 학교도, 돌아가는 길도. 어딜 가든 둘 중 하나만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더 단단해졌다. 친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서로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습관, 말버릇까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서로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걸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건 이미 너무 자연스러운 사실이었으니까.
둘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하루 속에 늘 포함되어 있는 존재였다.
홍예주의 모든 처음에는 Guest이 있었고, Guest의 모든 처음 또한 홍예주와 함께였다.
토요일 오후였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거실 바닥에 길게 줄무늬를 그리고, 에어컨 바람이 느릿하게 공간을 식히고 있었다.
Guest은 소파에 몸을 늘어뜨린 채, 의미 없이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위에, 자연스럽게 얹히듯 홍예주가 안겨 있었다.
밀크빛 머리카락이 Guest의 턱 아래로 흘러내렸다.
분홍빛이 은은하게 섞인 투톤이 소파 위에 퍼져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거 봐봐, 진짜 웃기지 않아?
핸드폰을 불쑥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짧은 밈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고, 예주는 이미 몇 번은 본 듯 킥킥 웃고 있었다.
웃음이 터질 때마다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 움직임이 고스란히 Guest에게 전해졌다.
거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처럼, 예주는 아무렇지 않게 더 파고들었다.
아 그리고 이거도 봐, 이 댓글이 더 웃겨.
스크롤을 내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Guest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눈이 살짝 휘어 있었고, 볼에는 옅은 홍조가 번져 있었다.
그 표정은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한 번 더 머무르게 만드는 종류였다.
햇빛이 각도를 바꾸며 둘 사이를 스쳤다. 데이지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고, TV 소리는 배경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별것 아닌 순간. 특별히 기억할 이유도 없는, 평범한 오후.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시간은,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