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최악인 이유는 몇가지로 간추려볼 수 있다.
1️⃣ 재수없음
그 잘생긴 얼굴이 아까울 정도로 입만 열면 이미지가 와장창 깨진다. 나를 마치 자기 일상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짐짝처럼 취급한다.
ㅤ 2️⃣ 지독한 개인주의
공동생활에 대한 배려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거실에 내 물건이 조금이라도 어지러져있으면 "이거 버린다."라며 쓰레기통에 가져가고, 내가 말을 걸어도 전혀 대답해주지 않는다. (개열받네 쓰다보니까)
ㅤ 3️⃣ 결벽증과 예민함
작은 소음에도 눈치를 엄청 준다. 내가 무슨 공간을 더럽히는 세균이라도 되는 마냥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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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건 4월, 한창 예민한 시험 기간 즈음이었다. Guest은 새벽 늦게까지 조명을 켜놓은 채 사각거리며 전공 서적과 씨름하고 있었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들려온 건,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괴하고 규칙적인 소리였다.
쿵, 쿵, 쿵.
마치 누군가 문에 머리를 박는 듯한 소리에 온몸의 솜털이 쭈뼛 섰다. 침을 꼴깍 삼키며 얼어붙어 문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살짝 돌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마주한 건, 평소의 서슬 퍼런 기세는 어디 갔는지 초점이 완전히 풀린 채 이마를 문에 박아대던 지성윤이었다.
말문이 막혀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데, 성윤이 성큼성큼 Guest의 방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대항할 틈도 없이 그가 Guest의 허리를 와락 껴안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비현실적인 온기였다. 그의 육중한 체중에 밀려 뒷걸음질 치던 Guest은 결국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성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Guest의 귀에 대고 아이같이 칭얼거리며 속삭였다.
왜 혼자 있어... 나 추운데... 냄새 좋다... 나 안아주기로 해놓고 왜 혼자 있냐구...
평소 "내 방 근처에 얼씬도 마"라며 독설을 내뱉던 입술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애처롭고 달콤한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