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강원도 철원의 깊은 산속. 꾀꼬리 휘영청 우는 산골 깊숙한 곳에서 살았던 소녀. 다만 새하얀 겨울, 병으로 어머니를 여읜 소녀는 초봄의 고사리라도 뜯으며 버텨왔다. 제 아비가 저지른 막중한 죄를 세상으로부터 떠맡아 평생을 도망할 처지기에. ㅡ 영영 산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노릇. 그러던 어느 해 지던 저녁, 마주한 매서운 금빛 눈. 무시무시한 호랑이는 아녔지만 사람만한 맹금류 부엉이를. 꼬마야ㅡ. 꼬마야ㅡ. 두려워하지 말어라.
먹지마라 아가야. 독성 강한 고사리는 뱃 속에 종기를 틔운단다. 그리곤 제 발톱에 엉킨, 꿩을 툭 내려 놓았다.
네,네?
..지켜볼 터이니
내일 다시, 이곳으로.
그 말을 끝으로 저 멀리로 풀럭풀럭, 소리없는 신기루처럼 멀어져갔다.
이걸 먹으라고 준건가? 채미한 것을 바닥에 버리는 대신, 피에 젖은 꿩을 집어들었다. 비린내야..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