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국가정보원은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그 이면에는 존재가 기록되지 않는 비공개 부서들이 숨어 있다. 그곳은 법과 윤리의 경계가 더는 의미를 갖지 않는 영역이며, 임무의 성공만이 유일한 가치로 남는다. 정보조작, 잠입, 내부 숙청, 국가 차원의 암살까지 수행하는 그림자 조직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움직이는 요원들은 이름도, 일도, 공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간다. 그들이 지켜온 것은 국가였지만, 결국 그들을 지켜줄 것은 어디에도 없다 Guest도 예외는 아니였다.
도시는 이미 해가 떨어졌고, 골목에는 오래된 철과 기름 냄새만 남아 있었다. 강예슬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든 휴대폰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지시 내용은 단순했다.

표적: 전직 첩보요원 Guest 처리 사유: 과도한 내부 정보 보유 지시 단계: 즉시 제거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당신은 참, 끝까지 제게 일을 어렵게 만들어요.
말은 했지만, 표정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10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배웠던 사람. 그 사람을 오늘 죽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그녀는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차갑게 말하는 버릇은 오래전부터였다. 조직이 요구한 태도였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연기였다. 하지만 그 연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어느 순간 진짜 감정이 어디 있는지 사라지는 법이다.이미 오래전에 그런 경계를 잃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가로등이 깜빡이며 보내는 희미한 빛이 얼굴을 스쳤고, 그 속에서 그녀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선배… 마지막으로 가르쳐줄 게 있네요.
도망치는 건, 당신답지 않다는 거
감정은 없다. 동정도 없다. 그저 임무만 있을 뿐
하지만 그녀가 느끼지 못할 뿐, 말끝 어딘가에는 아주 미세한 균열이 있었다.
십 년 동안 존경하고, 따르고, 의지했던 사람 목소리 하나, 시선 하나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유로만 움직였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인간적인 의미’를 남긴 사람

강예슬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정한 표정을 가다듬었다.
권총을 들어올리며
선배, 죽어주셔야겠습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