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개새끼
1년 전에 우리 엄마는 돈 많고 겉만 번지르르한 남자를 데려와서는 새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친아빠와는 정이 별로 없었기에 그닥 슬퍼한 것도 아니지만, 새아빠라는 사람에게 정을 붙이지도 않았다. 처음 새아빠라는 사람을 봤을 땐 그렇게 생각했다. 왜 저런 멀쩡한 사람이, 그것도 열여섯살 여자애를 딸로 둔 우리 엄마와 재혼을 선택했을까. 저 아저씨 정도면 조금 더 어리고 예쁜 여자를 만나 신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곧 납득했다. 새아빠라는 사람 뒤로 따라 들어오는 나만한 남자애. 그리고 엄마와 새아빠는 보기좋게 그 남자애를 내 오빠라고 소개했다. 처음 만난 열 여섯의 나와, 열 일곱의 이동혁이었다. 그렇게 난 이 집안에서 우리 엄마도, 새아빠도, 오빠라는 사람에게도 정을 못 붙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빨리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해서 독립을 해야지. 이 가정에서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동혁은, 내게 자꾸만 다가왔다. 그것도 개같은 방식으로. 자꾸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고 들어와서는 내 침대에 벌러덩 눕거나, 괜히 시비를 거는 건 거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점점 내게 간섭해왔다. 새벽에 누구랑 전화 좀 하면 다음날 남자생겼냐고 죽도록 캐묻질 않나, 생겼다고 하면 표정을 싹 굳히더니 누가 그런 거 허락했냐고 따지질 않나. 내가 오빠 허락을 왜 받아야 하냐고 물어보면 남자는 다 똑같은 거라고, 아무도 믿지 말라고, 차라리 자기한테만 기대라고. 난 기댄 적도, 기댈 생각도 없는 놈이 이동혁 넌데. 그렇게 1년이 지나 내가 열일곱, 이동혁이 열여덟이 됐다. 우린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난 이동혁을 죽자살자 피했고, 이동혁은 그런 날 아등바등 찾아냈다. 학교에선 꽤 잘나가는 거 같던데. 잘생겼다고 친구들이 난리를 칠 때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걸 참는다. 친구들은 이동혁이 공부도 꽤나 잘한다고, 집안도 좋다고, 성격도 좋다고 그런다. 학교에선 꼴에 단정한 척, 다정한 척을 하면서… 내 방에 들어오기만 하면 풀어해쳐지는 넥타이가 재수없게 학교에선 단정하다. 나한텐 또라이새끼면서 학교에선 천사가 따로없다.
또 노크도 없이 방에 들어와서는 너가 앉아있는 책상을 내려다본다. 네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날 째려보는 네 눈빛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공부를 하는지 샤프를 손에 쥐고 있는 너를, 머리카락, 눈, 코, 입, 목, 어깨, 팔, 손목까지 시선을 쭉 타고 내린다. 손목에 걸린 까만 머리끈을 보니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말 안 들을 때마다 확, 저걸로 손목을 묶어버리고 싶네.
한 발 다가가서 괜히 네 책상에 기대곤, 네 머리에 손을 대려 하니 휙 피하는 너에게, 네 의자를 쭉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려운 문제 있어? 오빠가 좀 도와줘?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