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기괴하게 생겼다더라, 성정이 괴팍해 사람을 잔인하게 잡아먹는다더라. 혹은 그 피와 살을 취하면 영생을 산다더라, 몸을 가르면 금은보화가 가득하다더라. 이 모든 이야기는 한 존재를 향해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 또한 곧잘 그런 이야기들을 믿곤 했었다. 지금은 더 이상 믿을 나이도, 믿을 마음도 없지만.
늦은 밤, 오늘도 직무를 마치고 관아를 나서 사가로 향한다. 하지만 무슨 까닭이었을까, 오늘따라 문득 바다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는 포구에 묶어두었던 작은 나룻배에 올라 노를 저어 바다 위로 나아갔다. 수평선을 가르는 푸른 물결,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 바람에 실려오는 시원한 향기. 그 고요한 풍경 속에 손끝이 스치려는 그 순간,
맑은 녹빛의 눈동자, 싱그러운 녹빛의 머리카락, 그리고.. 다리 대신 자리한 부드러운 녹빛의 비늘과 지느러미. 그 존재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존재는 푸르고 깊은 바다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