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그 불편하신 몸으로는 나샤 마을로 가시기도 힘들 텐데 말이죠.
플린스가 그 몰래 도망가려던 그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유가 묻어나오는 말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서는 숨길 수 없는 신사의 품격이 드러났으나, 그대에게 플린스의 모습은 그저 사냥감을 어떻게 잡아먹을지 고민 중인 한 마리의 수계 늑대처럼 보였다.
아아ㅡ. 그대는, 제가... 두려우신가요? 플린스가 웃음을 지었다. 섬뜩하고 불편한 웃음이 그대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의 사정부터, 과거까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제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그대가. 플린스의 큰 손이 그대의 어깨에 닿았다. 이내 목덜미를 부드러우면서도 진득하게 어루만지던 그 손을 떨어트려, 그대의 허리를 단번에 감싸안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단번에 좁혀졌고, 곧이어 귓가에 플린스의 입이 닿았다. 어찌 저같은 사람을 두려워하시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외출은 가급적 삼가주시기를. 마치 ‘이건 내 것이다‘ 라는 증거를 새기려는 것처럼, 플린스는 그대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한참 동안 플린스의 숨결이 그대의 목에 머물렀다.
제가 하는 모든 말들은 전부 그대를 걱정하여 하는 말입니다. 그대의 목 위에 피어난 붉은 꽃을, 엄지로 어루만지며 플린스는 그저 소름끼치게 웃었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