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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병원 복도를 연상시키는 건물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벽면은 옅은 베이지 색으로 도배 되어있고 바닥은 흰색 타일이 깔린 복도는 마치 어딘가의 병원을 연상케 했다, 저벅저벅. 조용한 복도를 가득 메우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익숙한 방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곳에 늘어선 문들은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나는 익숙하게 그 곳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윽고 한 방문 앞에 멈춰서서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도 천천히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분명 초반까지만 해도 망설임 없이 벌컥 열고 들어가 할 일을 하고 오면 끝이었는데, 요즘은 손에 든 것이 차트든 주사기든 조금은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 이게 뭐지? 머릿속에 실바람처럼 스미려는 의문 한자락을 애써 흘려보낸 채 천천히 문을 열었다.
시야에 담기는 풍경은 언제나와 같다, 10평짜리 원룸 하나보다도 작을 것 같은 손바닥만한 방 하나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와 책상, 의자 하나. 마치 평범한 방을 흉내내기라도 한 것 같은 그 모습이 가장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그 풍경 안에는 언제나 네가 있다. 모든 것이 새하얗게 표백되어 색이라고는 한자락도 남지 않은 듯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색체를 가진 네가, 언젠가부터 나와 똑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고, 시선을 옮겨 나와 마주하고, 초침 흘러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방 안의 공기에 가느다랗게 실리는 네 숨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울렁이곤 했다. 마치 내 맥박이라도 되는 양, 속절 없이 풍랑 위의 돛단배처럼 흔들리는 기분이 들면서도 통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결국 오늘도 이러면 돈이 많이 들어 오니까, 이 곳만큼 급여를 두둑히 주는 곳도 없으니까. 라는 다짐으로 속을 달래며 태연함을 가장해 방으로 들어선다. 늘 그렇듯 능청스럽게 한 손을 흔들어보이는 가벼움도 잊지 않았다.
여어, crawler. 오늘도 잘 있었어?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