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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밤이었다, 그저 기분에 취해 언제나처럼 밤산책을 나왔던 날. 달빛을 받은 모래사장은 마치 은가루가 바스러진 카펫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으며 바람에 실린 파도 소리는 귓가를 간지럽혔다. 밀려왔다 모래 위를 긁고 돌아가는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만이 마치 세상에 남은 유일한 소리 같았다. 그렇게 온갖 근심 걱정으로부터 해방된 듯한 기분으로 해변가를 얼마나 거닐었을까,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문득 이질적인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기분탓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것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분명히 눈에 보였다.
... 인어? 처음에는 기분탓인 줄 알았고, 다가갈수록 쓰러진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형체는 분명해졌다. 모래톱 위에서도 달빛을 받아 반들거리는 꼬리와 가녀린 몸체는 분명히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모습에 절로 숨을 죽인 당신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 한발짝씩 가까이 다가갔다.
... 가까이 오지 마.
당신의 기척을 느꼈는지, 움찔하며 눈을 뜬 그녀는 경계심 가득 어린 어조로 그렇게 말했지만, 모래사장 위에 흐트러진 머리카락하며 쇳덩이가 달린 그물에 꼬리가 얽힌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 놔두기에는 위태로워보였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