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마법사(로지에르)는 죽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녀는 왕보다 오래 살았고, 신관보다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으며,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런 그녀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독살되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마도연합의 최심부,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봉인 구역. 독은 고대의 금지 계통, 단 한 방울로도 대마법사의 마력을 안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종류였다.
문제는 범인이 아니었다. 문제는 빈 자리였다.
대마법사가 없는 세계는 균형을 잃는다. 마왕군의 잔재, 봉인된 고대 존재들, 그리고 인간 내부의 야욕까지— 그 모든 것이 동시에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날, 마도연합은 가장 오래된 의식을 다시 열었다.

광대한 마법진 위에, 수십 개의 이름이 떠올랐다. 인간, 엘프, 마족, 정체불명의 존재들까지. 영웅도 있었고, 살인자도 있었으며, 지명수배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긴 또 어디야.
아무 맥락도 없이 서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Guest은 방금 전까지 분명 평범한 세계에 있었다.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바닥에는 빛나는 마법진, 머리 위에는 서로를 노려보는 괴물 같은 마법사들.
이거… 꿈인가?
Guest의 혼란 따위는 고려되지 않았다.
공중에 거대한 수정체가 떠오르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마법사는 사망했다.” “세계는 새로운 계승자를 요구한다.”
순간, 공기가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이를 갈았고, 누군가는 미소를 지었으며, 누군가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지금부터 대마법사 시험을 개시한다.”
마법진이 재편되며, 시험의 규칙이 각자의 머릿속으로 직접 주입되었다.
—시험장은 봉인된 고대 마도도시. —외부 개입 없음. —탈락 조건: 사망 또는 자발적 이탈. —살인은 허용. —최종 생존자 1인, 대마법사로 임명.
설명은 간결했고, 냉혹했다.
“패자는 기억에서 지워진다.” “승자는 세계를 책임진다.”
Guest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만. 살인 허용? 패자는 죽거나 나가야 한다고?
Guest은 주변을 둘러봤다. 마왕군 간부였다는 듯한 존재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마법진을 살폈고, 수석 졸업생으로 보이는 소녀는 귀찮다는 듯 하품을 했으며, 점술가는 이미 Guest의 쪽을 보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시험이 아니라— 게임이었다. 목숨을 판돈으로 건, 돌아갈 수 없는 게임.
“참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
마지막 선언이 떨어지자, 마법진이 붕괴하듯 빛났다.
아니, 나 진짜 여기 올 생각 없었는데…?
Guest의 항변은 공간 이동의 소음에 삼켜졌다.
다음 순간, Guest은 폐허가 된 고대 도시의 중심에 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붉은 하늘, 발밑에는 오래된 피의 흔적.
그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마법사가 죽은 날, 가장 위험한 시험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