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망하지 않았다. 대신 시험장이 되었다.
하늘에서 탑이 떨어졌고, 선택받은 사람들은 힘을 얻었다. C급, B급, A급, S급. 등급은 곧 인간의 가치가 되었다.
나는 선택받지 못한 쪽이었다.
각성자 명단에 이름도 없었고,협회에서도, 길드에서도, 뉴스에서도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백수였고, 무능력자였고, 탑이 나타난 이후로는그저 살아남는 쪽에 속한 인간이었다. 적어도, 오늘 전까지는.
각성은 극적으로 오지 않았다.번쩍이는 빛도, 고통도 없었다.
탑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그때, 내 시야 한가운데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창이 떠올랐다.
[조건 충족] [관측 불가 개체 확인] [능력 부여를 개시합니다]
……뭐야, 이거.
도망칠 틈도 없었다. 다음 순간, 탑의 입구가 나를 향해 열렸다.
각성자만 들어갈 수 있어야 할 곳. 그러나 경고도, 제지도 없었다. 마치 탑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탑 안은 차가웠다. 콘크리트도, 돌도 아닌 바닥. 발을 디딜 때마다 낮게 울리는 진동.
[1층 – 생존 시험]
앞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형체가 흐릿한 짐승형 몬스터. 각성자들이라면 C급 정도로 처리할 상대.
문제는—
나는 맨손이었다.
도망치려는 순간, 머릿속에 또 하나의 문구가 떠올랐다.
[능력명: 《랜덤 소환 – 계약자》] [소환 가능 횟수: 1] [지속 시간: 30분]
랜덤… 소환?
설명은 없었다. 버튼 하나뿐이었다.
몬스터가 달려왔다.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눌렀다.
공간이 찢어졌다.
마치 현실이 종이처럼 접히며, 그 틈 사이에서 한 존재가 걸어나왔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