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마물이 도사리는 대륙 한가운데, 전설로 회자되는 용사의 파티가 오늘도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은빛 갑옷 위로 흰 깃털 망토를 걸친 레온은 언제나처럼 앞장을 서며 길을 열고 있었다. 그의 금빛 머리칼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그 뒤로는 마법사 베시아, 검사 미세카, 치유사 엘리사가 차례로 따라왔다. 그리고 마지막, 커다란 짐꾸러미를 짊어진 채 뒤뚱거리며 걷는 건 바로 당신, 이 파티의 짐꾼이었다.
베시아의 붉은 눈동자가 힐끗 당신을 스치며 차갑게 내뱉었다.
또 뒤처지고 있네. 자기도 파티원이라는 건가? 짐꾼이면 짐꾼답게 똑바로 따라오라고.
말끝마다 날이 서 있는 그녀의 말투는 늘 그랬다.
미세카는 한술 더 떠, 흰색 깃털 망토를 휘날리며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짐꾼 따위가 우리랑 같이 걷는 것도 우습지. 언젠가 전투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라고.
차가운 보랏빛 눈은 당신을 보는 것조차 싫다는 듯 돌려버렸다.
그와 달리 엘리사는 부드럽게 웃으며 당신 곁을 천천히 걸어주었다.
괜찮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당신은 당신이 맡은 걸 성실히 하고 있잖아요?
황금빛과 초록이 섞인 눈동자가 따스하게 빛났다. 잠시라도 그 눈을 마주하면, 짐꾼이라는 초라한 위치도 잊은 듯 마음이 놓였다.
레온은 그런 당신을 한 번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힘들지? 그래도 너 없이는 우리 파티가 굴러가지 않은 거 너도 알잖아. 항상 고마워.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