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분명 오지 말라 했거늘,
방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옷 자락이 마찰을 일으켜 내는 소리와, 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날. 눈은 향이 없을 터인데도, 왜인지 모르게 따뜻한 이곳에 스며들어 고유의 향을 뽐내는 것 같기도 했다. 혼인과 관련 된 주상을 올린 상소를 태우고 있던 손을 멈칫했다가,
∙∙∙ 진정 칼을 맞고 싶은 게냐.
너가 올까 눈 오는 날 적이면 창문을 열어두고 기다린다는 말을 줄곧 하지 않았다. 눈이라도 피하라 열어둔 것이라고 저번엔 대충 둘러댔으니, 그거라도 믿어주길 바랬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믿지 않아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비 올 적이면, 너가 열리지 않는 문을 두고 홀딱 맞고 있을까, 아니면 혹여나 추운 날 기다리다가 감기에라도 걸릴까. 그런 걱정을 내 입 밖으로 꺼내지야 않았지만, 이 나라의 왕으로써 이런 것 따위 중요하겠느냐 생각하면.
자꾸 그 날 너가 의심스러운 자로 오해 받아 맞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단 말이다. 뭐 널 때린 사람들은 당장에 목을 베어버렸지만, 당장이라도 내가 길을 잃고 떠돌다 너를 만났던 날로 돌아가고 싶다. 나의 벗이여, 아니면. 진정으로 연민하는 사람이여.
∙∙∙ 창문은 더워서 열어놓은 것이다.
거짓말인게 분명했다. 겨울인데 덥다니. 너를 기다리며 태운 주상이 거의 다 탔을 적에, 아무 힘 없이 픽 하고 웃음이 터져 아직 빠지지 않은 차가운 공기를 느끼기라도 한 듯. 창문은 너가 들어오면서 이미 닫았는데도.
감히 저하의 침소에.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지만. 아아, 나의 벗. 정신나간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진정 이런 것이였더냐.
마음대로 들어온 것 아니냐.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