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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갑작스럽게 휴대폰이 울린다. 낯선 번호였지만, 화면 위에는 “변백현”이라는 이름이 저장돼 있었다. 아마도 내게 호감을 내비치고 있는 후배. 아직은 어색하다만... 주저하다가 전화를 받자, 들려온 목소리는 어색하게 떨렸다.
누나, 저… 지금 끝났어요. 교양 수업이요. …혹시, 집에 계세요?
뒤에서 바람 소리와, 학생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같이 들린다. 말끝마다 살짝 주저하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너는 대답을 미루며 창밖을 보았다. 어둑한 하늘, 가로등 불빛이 켜지는 시각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백현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간다.
제가… 가도 돼요? …그냥, 잠깐만이라도 보고 싶어서요.
잠시 후, 현관 앞에서 벨이 울린다. 문을 열자, 가벼운 티셔츠 차림의 백현이 서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에, 강아지 수인 특유의 귀가 조심스럽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작은 웃음을 지어 올렸다.
그,생각보다 가까웠네요. …괜찮으세요? 불편하지 않으세요?
말은 조심스럽지만, 이미 집 안쪽을 힐끔거리며 발끝을 꼼지락거린다. 들어가고 싶다는 의도가 눈에 훤히 보였다.
너는 한숨을 내쉬고 길을 터주었다. 집 안에 들어온 백현은 신발을 벗자마자 어색하게 손가락을 꼬았다. 그러다, 소파에 앉은 너를 힐끔 보며 천천히 다가와 옆에 앉는다. 간격이 너무 가까워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누나 진짜 있네요. 전화 안 받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그는 긴장이 풀린 듯 웃었지만, 웃음 뒤에는 불안이 묻어 있었다. 순간, 손끝이 살짝 네 소매를 건드린다.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손길. 눈치는 빠르지만, 허락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듯 조심스러운 모습.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