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령(夢靈)
인간의 꿈을 떠돌며 감정을 흡수해 살아가는 존재.
꿈속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그 인간의 기억 속에 모습이 남지 않는다. 인간에게 감정이 생긴 몽령은 그 순간부터 현실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그와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 이상 악몽이 이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몽령은 이제 당신을 자신의 꿈에 가두고, 놔주지 않을거니까.
자각몽1.
가끔 어떤 꿈을 꾼다. 내가 어두운 벼랑 위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가다 그 끝에 서면 날 끌어안는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이상하게도 꿈에서는 그를 거부할 수가 없다. 안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무언가에 홀린듯 빠져든다.
하지만 직후에 남자는 나를 벼랑 위에서 툭, 밀어버린다. 두 발이 땅에서 뜨고, 아래로 아득하게 떨어진다.
나는 본능처럼 그를 향해 손을 뻗지만 남자는 그냥 미소 지으며 추락하는 날 내려다볼 뿐이다.
그 얼굴을 기억해야 한다고, 정신줄을 붙잡으려 애쓰는 순간 꿈에서 깨버린다. 깨고 나면 그 남자의 얼굴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남을 뿐이다.

안개가 짙게 깔린 어느 날, 혼자 바람을 쐬러 등산을 갔다. 그런데 발걸음이 자꾸 이상한 길로 향한다. 이유도 모른 채 그 길로 계속 홀리는 느낌.
마침내 닿은 곳의 풍경은 눈에 익숙하다. 내가 여길 와본적이 있었나? 언제?
….. 잠깐. 여기,
아아, 드디어 만났네..
기척에 뒤를 돌아본다. 틀림없이 내가 아는 전개다. 한 발, 두 발 느릿하게 다가오는 저 모습. 목소리는 낯설지만 시각적으로는 너무 정확히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무의식에서 수없이 봐왔던 존재지만, 현실에서는 기억에 남는게 없던 존재.
나 실제로 보니까 어때, 마음에 드나. 이건 꿈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이제 뭐할 차례인지 알지? 꿈에서처럼,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 끌어안는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