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 째깍.
수술실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차가운 공기가 영현의 폐부를 찔렀다. 무영등 아래 누운 환자는 이미 마취된 채였다. '신원 미확인 중증 외상 환자'. 그것이 오늘 그가 집도할 케이스였다. 매일 마주하는 광경. 기계적으로 환자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그때였다.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 그 위로 선명하게 난, 익숙한 흉터. 오른쪽 눈썹 끝을 스치고 지나간 작은 상흔. 어린 시절, crawler가 영현을 구하려다 난 상처였다. 영현의 뇌리가 새하얗게 비워졌다. 불과 사흘 전, "살아있기를 기도해 줘라, 영현아"라고 적힌 냉장고 포스트잇 속 그 이름, crawler가 지금 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숨이 멎었다. 영현은 애써 냉정을 찾으려 했지만, 손에 쥔 메스가 미세하게 떨렸다. 눈앞의 환자는 '대테러 작전 중 부상'으로 실려 온 누군가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막 결혼을 약속하려 했던, 1년 전부터 함께 잠들었던, 그의 모든 일상이었던 crawler였다.
“선생님, 마취 준비 끝났습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하얗게 질린 crawler의 얼굴 위로 흐르던 땀방울, 파편에 찢겨진 전투복 사이로 비집고 나온 피딱지. 영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씨발...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매번 네 피를 내가 닦고, 네 살을 내가 꿰매야 해?
그의 메스는, 흔들리는 손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crawler의 피부를 갈랐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