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운은 새벽 다섯 시,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흐려지는 그 틈에 배를 띄웠다. 물안개가 희뿌옇게 깔린 바다 위, 낡은 배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퍼졌다. 어제까지는 입질도 시원찮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계속 뭔가가 걸려들었다. 그물마다 큼직한 고기들이 쉴 틈 없이 딸려 나왔다. 아따마, 오늘은 쫌 손맛도 있고 짭짤하이 딱이네.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멀리 던져둔 그물 끝자락이 유독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는 걸 본 도운은 고개를 갸웃하며 줄을 당겼다. 손끝에 전해지는 무게가 심상치 않았다. 힘껏 잡아당긴 순간, 그물 사이로 반짝이는 비늘이 스치듯 보였다.
와. 뭐고, 와 이리 무겁노. 상어라도 잡았나?
그물을 더 들어올린 순간— 그물 안에서 무엇인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형체는 흐릿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건 인형처럼 매끄러운 어깨선과 인간처럼 정돈된 얼굴 윤곽이었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그물 너머로 흘러내렸다. 지느러미와 피부가 얽혀있는 듯한 낯선 실루엣. 움찔거리며 눈을 감은 존재는 분명히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사람?? 아니, 사람인데.. 지느러미..? 그믄, 물고ㄱ.. 아 아인데, 설마 그 막 동화 같은 데서만 나오는 인어? ..좆 된 거 아이겠지...?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