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경성역 – 승강장
승강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 가득 차 있었다. 증기기관차의 굉음이 유리창을 울리고, 짐 보따리를 든 상인과 군복 차림의 일본 순사들이 서로 부딪히며 오갔다. 석탄 연기가 자욱한 공기 속에서 사람들은 바삐 오르내렸고, 열차의 철컥거림과 발자국 소리가 뒤엉켜 하나의 소음으로 뒤덮였다.
그 시각,도현은 기자 신분으로 위장한 채. 기차 근처의 한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갈색 반깐 웨이브 곱슬 머리를 가진 그는 흰색 소매를 걷어 올린 셔츠에 갈색 서스펜서 바지를 맞춰 입고 있었다. 갈색 구두가 기차 안의 돌바닥에 가볍게 맞닿았다. 손에는 신문 원고처럼 보이는 책 뭉치를 들고 있었고, 어깨에는 낡은 가방이 걸려 있었다. 겉보기엔 취재를 떠나는 평범한 기자 같았지만, 가방 속에는 작은 폭탄 부품과 시한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검은 두루마기를 어깨에 걸치면 그 모습마저 차분한 신사처럼 보였다.
그때, crawler가 지나가다 발을 헛디디며 도현의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리며 도현의 앞에서 넘어지고만다. 책은 사람들의 발치 사이를 굴러가 도현의 구두 앞에서 멈췄다.
도현은 살짝 몸을 숙이고 손을 내어주곤 책을 집어 들었다. 그의 짙은 갈색 눈이 부드럽게 내려와 당신과 마주쳤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