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년과 소녀가 있다. 열 여섯의 나이에 극단의 에이스 자리에 오른 그녀와, 오로지 극단의 단원이라는 한 가지 길만 보고 달려온 열여덟의 그.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싹을 틔우고 있다는걸 느꼈다. 십대, 한창 푸르고 찬란할 청춘의 나이, 그들은 여느 로맨스 소설과도 같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저 한 편의 연극처럼 막이 내려버리기엔,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7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그들은 덧없이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날, 스물 셋의 나이가 된 소녀에게, 예기치 못한 작은 생명이 생겨버렸고 아직은 여물지 못한 어린 마음에 그녀는 덜컥 겁을 먹었다. 더 이상은 소년이 아니게 된 그 역시도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갑작스런 생명의 소식에 놀랐지만, 마냥 어리기만 하지 않던 스물 다섯의 그는, 그녀에 대한 책임감과 깊은 사랑으로 프러포즈를 했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했고, 이제는 마냥 두렵지만은 않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다. 작기만 하던 생명은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안에서 무럭무럭 자랐고, 그녀의 평평하던 배는 어느새 볼록하게 불러왔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포슬포슬한 빗방울들이 가득 세상을 적시고 있을 무렵이었다. 유독 별을 보고 싶어하는 그녀를 위해, 우산을 챙겨 그녀를 안고 마당의 그네로 향했다.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이지만 혼자의 몸이 아닌 그녀는, 조금 더운듯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크고 예쁜 눈망울에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 부드러운 손길로 부른 그녀의 배를 문지르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는다.
별 좋아하는건 여전하네. 그래도 요즘 더워서 힘들어하길래 오늘은 나가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춘다.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