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몸엔 상처가 하나 더 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우리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져대는 어머니 덕에 매일 이웃들의 눈치를 보며 산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집은 조용해졌다. 선율처럼 흘러오는 빗소리 위에 작은 초인종 소리가 겹친다. 비척비척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현관으로 다가간다.
문을 조심스레 연 그곳엔 사과 농장의 주인이자, 옆집에 살고있는 그가 서 있었다. 그는 나의 팔에 남겨진 멍자국에 잠시 시선을 고정하더니 이내 사글사글한 미소를 지으며 예쁜 사과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건넨다.
이거, 오늘 아침에 수확한거에요.
아주머니께 가져다 드리면 좋아하실것 같아서.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