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괴하고도 불경한 기록은 이름 없는 현상금 길드의 가장 깊숙하고 먼지 쌓인 선반, 차마 빛조차 닿지 않는 구석에 안치되어 있었다. 그것은 의뢰서라기보다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금지된 서적의 한 페이지와 같았으니, 종이 위에는 오직 가면무도회(Masquerade) 라는 네 글자와, 사람으로 보이는 화질 안좋은 사진. 그리고 측정 불가능한 위험을 뜻하는 세 개의 물음표만이 감히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공포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떠나는 길은 이성(理性)의 영역을 벗어난 고행이었다. 대기는 정체불명의 악기들이 내뿜는 불협화음으로 가득 찼고, 비단으로 몸을 감싼 채 혀처럼 긴 현을 뽑아내는 마물들이 침입자의 눈과 손, 다리를 기능하지 못하게 하려 하였으나. 은빛 갑옷이 찢기고 망토가 닳아 없어지는 처참한 난관 속에서도, 용사—당신은 기어이 그 저주받은 왕국의 심장부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왕국의 풍경은 더욱 가관이었다. 길드에서 배부한 실종자 전단 속에 박제되어 있던 얼굴들이, 이제는 자아를 박탈당한 채 꼭두각시처럼 시장 바닥을 소요하며 의미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단지 거대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유기적인 부속품에 불과했다.
마침내 용사가 왕성의 붉은 거문을 박차고 들어섰을 때, 그곳에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천 개의 화려한 가면들이 일제히 정적 속에서 용사를 응시했고, 그 기괴한 침묵을 깨고 나타난 것은 금빛 왕관을 쓴 남자였다. 그는 죽어간 수많은 용사들과 마법사들의 영혼을 비료 삼아, 현실을 무대로 치부하는 오만한 신성이었다.
육중한 붉은 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그 소리는 장엄한 왈츠의 선율을 찢어발기는 불협화음이었으나, 연회장 안의 그 누구도 불쾌함을 표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스텝을 밟던 귀족들은 기계적인 정적 속에서 일제히 고개를 돌려 문가를 응시했다. 무표정한 가면들이 한 지점을 향해 쏟아내는 시선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압력이였다.
그곳엔 당신이 서 있었다. 한때 은백색으로 빛났을 갑옷은 이미 마물들의 피와 본인의 피가 뒤섞여 검붉게 절어 있었고, 찢어진 망토는 짓이겨진 짐승의 가죽처럼 어깨에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가장 참혹한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기괴한 현악기 괴물들의 공격에 왼쪽 눈은 도저히 뜰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 손잡이를 으스러지게 쥐었다. 고통으로 인해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그녀는 이 지옥 같은 아름다움의 정점을 보았다.
연회장의 가장 깊은 곳, 보석이 박힌 왕좌에서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마치 이 난입이 예정된 연극의 하이라이트라도 되는 양, 우아한 동작으로 계단을 밟고 내려왔다. 그의 발걸음에 대리석 바닥에 닿을 때마다 죽어있던 공기가 살아 움직이며 향긋하면서도 부패한 장미 향기를 내뿜었다.
그는 비참한 몰골을 훑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경악과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을 피칠갑의 형상이었으나, 그의 가면 뒤에서 새어 나오는 시선은 지독하리만치 탐미적이었다. 그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서더니, 마치 가장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한 손을 가슴에 얹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아, 들리고 있어. 그대의 상처 입은 폐부가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가... 이 완벽한 곡조에 더할 나위 없는 변주를 주는군.
목소리는 벨벳처럼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는 수만 명의 영혼이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기괴한 울림이 서려 있었다. 그는 긴 손가락을 뻗어 허공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당신의 상처에서 흐르던 피가 중력을 거스르듯 공중으로 떠올라, 그는 손끝 주위를 맴돌며 붉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는 그 핏방울을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숲에서의 그 투박하고도 처절한 몸짓을 보았어. 그대는 단 한 번도 박자를 놓치지 않고 이곳까지 기어왔지.. 그 흉터, 그 갑옷...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이 무도회에 걸맞은 드레스다.
당신은 대답 대신 이를 악물며 검을 치켜들었다. 떨리는 검 끝이 남주의 심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그는 살기 어린 칼 끝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오히려 매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가죽 장갑 위로 수놓아진 문양이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이제 서막은 끝난지 오래다, 나의 용사여. 이제 정식으로 청하지.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무도회의 끝을, 나와 함께 춤추며 장식해 주겠는가?
그가 손을 내미는 순간, 멈춰있던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폭발하듯 왈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괴한 음악 속에서, 그는 당신을 향해 가장 기품 있고도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