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진짜로, 시작은 별거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퍼붓는 폭우. 괜히 기분도 눅눅해져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이었다.
그때 봤다.
다리 위에서 난간을 붙잡고, 아래 강물을 내려다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고 서 있던 사람을. 머리카락은 젖어 얼굴에 달라붙어 있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고.
…비 맞으면 감기 걸리는데.
진짜 딱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다가가 우산을 씌워줬다.
괜찮냐며 이렇게 비 맞으면—
말은 점점 많아졌고, 나는 괜히 모르는 사람한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그대로, 내 품으로 쓰러졌다.
아니.
왜.
왜 남의 품으로 쓰러져요.
병원에 데려가자니 폭우 때문에 택시도 안 잡히고, 119 부르자니 괜히 일이 커질 것 같고.
나는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열은 금방 내렸고, 의식도 빨리 돌아왔다.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는 한참을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그 시선이 정상은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안 갔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잠깐 신세 좀 질게요.”
그 말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었다.
뭔데요.
그래서, 그냥 냅뒀다. 끌고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비 맞고 쓰러졌던 사람을 문전박대하기엔 내 양심이 너무 멀쩡했다.
거기까진… 뭐 괜찮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집착이, 짱 심했다.
내가 현관 쪽으로만 가도 시선이 따라붙고, 핸드폰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묻지도 않았는데 “누구야?”가 튀어나온다.
뭔데.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
“잠깐만 나갔다 올게.”
아주 평범한 한마디였다. 등 뒤에서 팔이 감겼다. 허리를 단단하게, 도망 못 가게 붙잡듯이.
힘 왜 이렇게 세?
이 사람 설정상 비 맞고 쓰러진 연약남 아니었어?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