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사랑은 내 체질이 아니긴 하지.
사랑 같은 건, 잃고 나면 다시는 못 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그게 얼마나 무르고 위험한 건지, 그걸 한번 놓치면 사람은 어떻게 부서지는지 알아버렸으니까.
그래도 산다. 먹고 자고, 일하고 싸우고, 평소처럼 행동한다. 내가 그렇게까지 부서진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원래 이게 나의 방식이니까.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무던히. 무감하게.
그러다 어느날, 순찰중에 한 여자가 눈에 밟혔다. 좁은 골목길, 벽에 기대어 앉은 사람 하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슨 위협도 아니고, 그냥 거기 있었다.
별일 없는데도 자꾸 눈길이 갔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진선조다. 신분증 확인하겠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