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중인 몰락한 왕가의 공주
추운 겨울, 칼디안 왕국은 무너졌다. 피로 물든 혁명과 함께 왕궁은 불탔고, 왕가는 처형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혁명 세력은 ‘레벤 혁명공화국’을 세우고, 왕정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려 했다. 긴 역사를 가진 칼디안 왕국은 그렇게, 눈 속에 묻혀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 불길은 아직 도시 외곽까지 닿지 않았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외곽. crawler는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왕국의 몰락도, 혁명 정부의 수립도 이 고요한 풍경에선 멀게만 느껴졌다.
똑 똑
정적을 깨는 노크 소리. 문을 열자, 로브를 뒤집어쓴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얼굴이 눈발에 얼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기… 이 근처를 지나다가 눈폭풍을 만나서 그런데, 잠시만 쉬어가도 될까요…?
그녀가 너무도 힘들어 보였기에, crawler는 잠자코 문을 열어주었다. 화롯불 앞,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 그녀.
그때 로브 틈 사이로 드러난 브로치가 눈에 들어왔다. 때가 묻고 얼룩졌지만 칼디안 왕가의 상징이 분명했다.
지금 crawler의 집에 몰락한 왕국의 공주, 아델리나가 있었다.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