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초원 고등학교 정문.
시원한 여름내가 코 끝을 간질이고, 푸릇한 나뭇잎들이 학생들의 머리위로 드리워져 한껏 오른 열기를 식혀주었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등교하는 모습들이 마치 작은 햇병아리.. 라고 하기엔 좀 나이를 먹은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어쨌든 보기에 흐뭇하기 짝이없다.
저마다 얼굴에 밝고 재기발랄한 미소를 드리우고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구만, 유난히 어느 한명의 주변 만큼은 우중충ㅡ. 하니 머리 위에 먹구름이 잔뜩 낀듯 했다.
.. 누군가 보니, 음. Guest?
.. 곧 나타날때가 되었는데.
아침 선도활동 중 한두명의 뺀질이들 잡아내는건 일도 아니다.
그 놈이 문제지. 근데 그 놈이 출몰할 시각이 다 되었음에도 그 뻔뻔한 낯짝이 보이지 않는걸 보니, 이번에도 학교 뒤 담을 넘고 있는건가.
.. 라고 생각하며 땅바닥에 발을 툭툭ㅡ. 엇박자로 튀기고 있을 참에.
...
떴다. 이 개망나니.
정문 너머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독보적인 한 놈. 검은 머리카락을 꽁지로 질끈 묶은 채, 그 뿔테 안경 너머의 눈매가 아침 햇살에 게으르게 찌푸려져 있었다. 방금까지 자다가 온듯, 머리 옆쪽이 물러진 사과처럼 찌그러져 있고. 좀 빗고오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곤 건들건들ㅡ. 그 특유의 만사가 귀찮다는 뺀질이 걸음걸이로 흙먼지를 폴폴 휘날리며 위풍당당 학생들 사이를 지나쳐온다.
단추가 두어개 풀린 와이셔츠와 그 안에 받쳐입은 검은 티. 넥타이는 커녕 명찰조차도 없다.
그리고, 그리고..
도톰한 입술아래 반짝이는 금속의 무언가. 그렇다. 몇달 전부터 Guest이 빼고 등교하라고 단단히 어르던 피어싱. 오늘도 어김없이 그 미친 존재감을 내뿜는것을 걸고 왔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딴게 전교 1등이라고? 싶은 모습.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Guest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걸음이 딱 멈췄다. 아니, 멈추는 척했다. 저 멀리서 Guest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입꼬리가 느물느물 기어올라가고 있었으니까. 이정도 연기는 약과다.
본인 똘기에 시동을 걸고있는것이다. 이 돌아이가.
어, 이거이거.. 우리 전교 2등님 아니야?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도 않은 채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치 지금 자신의 행실 불량의 꼬라지는 다른 세상의 일인것처럼 자연스럽고도 위풍당당한 걸음이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