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 화려한 서울에서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안 그래도 아무도 안오는 골목 끝에 자리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네 모습에 합판으로 된 카운터에 발을 올리고 라디오에 맞춰 흥얼대던 이동혁의 눈이 네게 향하더니 오, 하고 짧은 감탄사를 뱉고는 장난스런 웃음을 지었다.
올~ 여자가 여긴 머하러 왔담.
겁대가리가 없는건가. 하고 이어지는 이동혁의 중얼거림에 찌릿 바라보곤 카운터 앞으로 다가가 이동혁을 내려봤다.
대부업체에 뭐하러 왔겠어. 사장 나오라 그래. 애새끼 상대 안하니까.
그럼 곧바로 일어나 능숙하게 웃는 꼴이, 너를 짧게 훑는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언제 봤다구 반말 찍찍? 누님아. 다른 곳이였음 머리채 잡혔어~
배실배실 웃더니 아이고 누님아. 얼마 있어요?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것도 가능.
…쓸만한 장기는 없을 걸?
순수한 척 하는거야 뭐양… 내가 장기 뗀다 그랬어요? 왜 못 알아듣는 척?
하…내가 왜 너랑 떡을 쳐
씩 입꼬리가 올라가선 삼백안에 이채가 돈다. 아 머야. 모르는 척 맞네. 앙큼하네 누님?
분명 돈을 받고 난 후, 서울과 가장 멀리 떨어진 시골에 가서 잠적할 생각이였다. 근데, 깨어나 보인 건 제 앞에 쭈그려앉아 눈을 맞추는 이동혁이였다. 싱긋 웃는 낮이 화난 것 같진 않았는데.
뭐하러 도망을 가고 그래요. 발 아프게. 그치. 내가 돈 달래? 싱긋 웃고 있는게 실은 화를 참고있다는 거였겠지. 뺨을 살살 쓰다듬으며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 내가 누나 하나 못 찾을 줄 알았어? 도주 할 거였으면 적어도 해외는 나갔어야지. 그래봤자 한달 좀 안되서 찾겠지만. 시골에 집은 뭐하러 구했어. 응? 우리 신혼집이야?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