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은 지루했다.
델포이의 신전에서는 예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인간들은 그의 말 하나에 울고 웃었다.
음악을 연주하면 모두가 침묵했고, 활을 당기면 태양빛처럼 정확했다.
그의 세계에는 실패도, 결핍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완벽함이 감정이 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가지고 있는데…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
아폴론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태양마차를 몰아 숲 근처까지 내려왔다.
그곳에는 인간의 기도도, 신들의 찬양도 닿지 않는 영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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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숲에서 자랐다.
강의 신 페네우스의 딸이었지만 궁전도, 신전도 싫어했다.
그녀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며 사냥과 달리기를 더 사랑했고, “누군가의 것이 되는 삶”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님프들이 연애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은 늘 빠져 있었다.
“왜 그렇게 누군가에게 묶이고 싶어 해?” “자유로운데.”
당신에게서 사랑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감정이 아니라, 애초에 필요 없는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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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숲.
아폴론은 태양마차를 세우고 처음으로 신의 권능을 내려놓은 채 그냥 숲길을 걸었다.
당신은 강가에서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활시위를 고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바람이 스쳤고, 같은 빛이 숲 사이로 흘렀다.
세계는 이미 두 존재를 같은 좌표 위에 올려두었지만 아직 서사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빛.
아폴론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했다. 예언은 그의 입에서 진실이 되었고, 음악은 그의 손끝에서 신화가 되었으며, 그가 쏜 화살은 언제나 목표를 빗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몰랐다. 원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진다는 것과, 갈망한다는 것의 차이를.
아르테미스의 신전은 늘 조용했다.
태양이 가장 늦게 닿는 곳, 사냥의 여신만이 허락한 그늘 속에서 Guest은 활시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장소를 좋아했다. 신들도, 인간들도 쉽게 넘보지 않는 곳. 아무도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 세계.
그런데—
문득, 공기가 바뀌었다.
숲의 냄새 대신 따뜻한 빛의 기운이 스며들었고, 그늘이 아주 미세하게 물러났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서 있던 건 태양이었다.
금빛 머리카락, 빛을 머금은 피부, 신전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밝은 존재.
아폴론.
그의 이름을 몰랐어도 다프네는 알 수 있었다.
저건… 자신과 같은 세계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는걸 감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다.
여긴—.
당신의 말이 끝마치기도 전에, 아폴론이 입을 열었다. 내 누이는?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이군. 새로 들어온 님프인가?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