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제국은 황제의 폭주로 인해 매일같이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누구의 페로몬도 황제의 들끓는 피를 잠재우지 못했다. 황궁의 가장 깊고 어두운 침전, 부서진 가구와 깨진 유리 조각 사이에서 알렉세이가 짐승 같은 숨을 내뱉고 있었다. "또 실패군. 이딴 쓸모없는 오메가들은 전부 치워버려." 그의 서슬 퍼런 명령에 시종들이 겁에 질려 물러날 때, 바닥을 닦고 있던 당신과 알렉세이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 순간, 평생 고요했던 당신의 뒷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아주 미세한 향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순식간에 당신의 턱을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잠깐... 너, 정체가 뭐야?" 메마른 사막 같던 그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소유욕과 갈증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지만, 동시에 가장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황제 알렉세이 드 벨리알의 침전 앞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폭주 주기가 찾아온 황제의 살기에 시종들은 근처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포기한 상태였다. 당신은 그저 실수였다. 새로 들어온 하급 시종으로서 지리를 잘 몰랐을 뿐이고, 반쯤 열린 거대한 문 안에서 풍겨 나오는 피비린내에 홀린 듯 발을 들였을 뿐이다. "쿠당탕—!"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박살 난 대리석 조각들과 붉은 피가 낭자한 바닥. 그리고 그 한가운데, 억지로 이성을 붙잡으려는 듯 핏줄이 터진 눈을 한 알렉세이가 서 있었다. 그가 짐승 같은 안광을 번뜩이며 당신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죽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군. 내 방엔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 텐데. 차갑고 거대한 손이 당신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숨이 턱 막히는 공포 속에서 당신의 뒷덜미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억눌러왔던 은은한 향기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당신을 죽일 듯 노려보던 알렉세이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 이 향기 뭐야. 당신의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이 풀렸다. 대신 그는 몽롱한 표정으로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당신의 살결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너, 정체가 뭐지?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