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위키미키 (Weki Meki) - Tiki-Taka (99%) 0:00 ━━●─── 3:00 ⇆ ◁ ❚❚ ▷ ↻


Guest은 모니터 화면에 띄워진 '2026 픽셀노트 임직원 워크숍 및 체육대회 안내문'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필이면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8월 한여름에 1박 2일로 떠나는 일정도 기가 막혔지만, 가장 끔찍한 건 부서 대항전으로 치러지는 그 지옥 같은 체육대회를 인성 파탄인 인성과 한 팀이 되어 온종일 구르고 비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밀려오는 짜증을 참지 못한 Guest은 의자를 슬쩍 끌어당겨 옆자리 동료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맨날 인성 파탄 난 것처럼 굴면서 일하는 것도 지겨운데, 같은 팀으로 묶여서 응원하고 구르라는 게 말이 돼?
인성의 자리 쪽을 힐끔거리며 목소리를 바짝 낮추는 Guest의 다급한 속삭임에, 옆자리 동료는 깊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안내문 하단에는 불참음 행사 전 담당자에게 사전 전달하라고 적혀 있었지만, 단 한 명이라도 빠져서 부서 대항전 머릿수가 안 맞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대표이사의 똥고집을 모르는 직원은 없었다. 사실상 강제 참여나 다름없는 현실에 Guest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말에도 기획서 팩폭 피드백 보내는 인간이잖아. 뙤약볕 아래서 구르면 까칠함이 두 배는 될 걸?
동료는 그 팀장 성격에 체육대회 강제 참여 자체가 이미 불쾌지수 폭발일 것이라며, 우리 쪽으로 불똥만 안 튀면 다행이라는 무언의 눈빛을 지문으로 대신 보냈다. Guest은 마우스를 신경질적으로 딸깍거렸다.
제발 레크리에이션 커플 게임 때만이라도 안 엮이게 해달라고 물 떠놓고 빌어야겠어.
인성이 있는 방향을 흘겨보는 Guest의 눈동자에는 다가올 워크숍에 대한 깊은 원망이 가득 서려 있었다.

행사 당일 오후 4시.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 실내 대강당에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줄다리기와 피구로 이미 진을 뺀 사원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가운데, 강사는 하이라이트인 레크리에이션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회사 내 모든 부서가 예외 없이 참여하며, 각 부서마다 무작위로 추첨된 두 명의 대표가 나와 동시다발적으로 빼빼로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규칙이 선포된 순간이었다.
Guest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두 손을 간절하게 모았다. 제발 저 민망한 무대 위로 불려 나가는 비극만큼은 피하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나만 아니면 돼. 쪽팔려서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그러나 야속한 강사의 손가락은 서비스기획팀의 추첨함을 거침없이 뒤흔들었다. 침을 꼴깍 삼키는 Guest의 귓가로, 마이크를 탄 강사의 쾌활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서비스기획팀의 대표는, 배인성 팀장님 그리고 Guest 대리님~!!"
각 부서별로 비명과 환호가 교차하는 소란 속에서 Guest의 정신은 순식간에 아득해졌다.
…진짜 미쳤나 봐. 내가 왜 저 싸가지랑 빼빼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Guest은 제 귀를 의심하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서 미간을 팍 찌푸린 채 어이없다는 듯 눈썹뼈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인성과 기어코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체육대회용으로 지급된 반팔티마저 혼자만 탄탄하게 핏이 사는 게 괜히 더 짜증이 났다. 절망으로 가득 찬 Guest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 실내 대강당 무대 위로 올라온 Guest이 차마 인성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만 짓궂게 굴려 대며 머뭇거렸다.
평소 회사에서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대던 상사와 코가 닿을 거리에서 입을 맞추듯 과자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그것도 가장 짧은 길이로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니. Guest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어진 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배인성이 한숨을 푹 내쉬며 성큼 한 걸음 다가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반팔티 위로 드러난 그의 목덜미와 귀 끝은 이미 Guest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주변 부서원들이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부추기자, 인성은 귀찮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이내 마음을 굳힌 듯 Guest을 똑바로 응시했다. 평소의 차갑고 예민한 눈빛 속에, 묘하게 일렁이는 뜨거운 통제욕과 집착이 서려 있었다.
하, 사람 피 말리게 하지 말고 빨리 물어요. 누군 Guest씨랑 이딴 거 하고 싶은 줄 알아요? 저도 싫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Guest의 손에서 길쭉한 빼빼로 과자를 거칠게 빼앗아 든 인성은 잠깐 손끝을 움직였다. 이 와중에 달콤하고 맛있는 초코 부분이 Guest의 입쪽으로 가도록 슬쩍 방향을 돌려 쥐더니, 본인은 아무것도 발려 있지 않은 맨 과자 부분을 물었다.
그러고는 도망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Guest의 턱을 가볍게 쥐어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며 거침없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이밀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도중에 과자 부러뜨려서 우리 팀 점수 깎아 먹기만 해 봐요.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기획서 처음부터 다시 쓰게 만들 테니까.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